테크·

AI 영화가 칸을 흔들었어요, 2주에 7억으로 만든 한 편

썸네일 - 시네마틱 다크 네이비 배경, 필름 스트립과 클래퍼보드 모티프에 스포트라이트 글로우. “2주에 7억으로 만든 장편” 큰 글씨 + 2주·약 7억·15명 수치, 하단에 “칸 본선 아님 · 옆 필름 마켓·부대행사에서 화제” 단서. 블루 액센트

안녕하세요, 깅글렛이에요.

먼저 ’칸’부터 짚을게요. 칸 영화제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매년 5월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영화제예요. 올해가 79회째였고요. 그 칸에서 제일 시끄러웠던 게 사람이 만든 영화 한 편이 아니라 ’AI가 만든 영화’였어요. 2주 만에, 사람 15명이, 약 7억으로 장편 한 편을 뽑았거든요.

근데 여기서 제일 많이 헷갈리는 게 있어요. 이 AI 영화는 칸 영화제 본선(공식 경쟁부문)에 오른 게 아니에요. 오히려 칸 공식 영화제는 생성형 AI가 주도한 작품을 본선에서 뺐어요. AI 영화가 화제가 된 건 같은 도시·같은 기간에 같이 열리는 ’필름 마켓’이라는 영화 거래 장터와 그 부대 행사였어요.

그래서 오늘은 ’AI로 영상 만드는 법’이 아니라, AI가 영화 산업 자체를 어떻게 흔들고 있나를 풀어볼게요. 비용·속도의 충격과 품질·일자리의 한계를 같이 놓고 볼게요.


칸 공식은 AI를 뺐는데, 왜 ’AI 영화가 칸에 떴다’고 할까요

먼저 가장 많이 틀리는 사실부터 바로잡을게요. 칸 공식 영화제는 2026년 4월 9일에 생성형 AI가 각본·영상 생성·주연 연기 합성을 주도한 작품을 본선(공식 경쟁부문)과 황금종려상 후보에서 뺐어요. 황금종려상은 칸 본선에 오른 영화들이 겨루는 최고상이에요. 그러니까 ’AI 영화가 칸 본선에 올랐다’는 말은 틀린 거예요.

칸 공식 선발을 발표한 이리스 크노블로흐 집행위원장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는 데이터의 짜깁기가 아니라 개인의 비전이다, AI는 모방할 수 있어도 결코 느끼지는 못한다”고 못 박았거든요. 인간의 노력을 공식 선발의 빠질 수 없는 조건으로 둔 거죠.

📖 필름 마켓(Marché du Film)이란? 칸에는 두 무대가 같이 있어요. 하나는 감독·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는 ‘본선’(공식 경쟁부문)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를 사고파는 비즈니스 장터인 ’필름 마켓(Marché du Film)’이에요. 같은 기간 같은 도시에서 같이 열리죠. 본선에서 막힌 AI 영화·기술은 이 마켓과 부대 행사에서 대거 전시·상영됐어요. 즉 AI 영화가 화제가 된 곳은 본선이 아니라 장터 쪽이에요.

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래요. 칸 본선은 AI를 뺐고, 화제의 AI 영화들은 옆에 붙은 마켓·부대 행사에서 떴어요. 둘은 같은 ’칸’이라는 큰 행사 안에 있지만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본선은 작품성을 겨루는 자리, 마켓은 사고파는 자리예요. 이 구분 하나만 잡고 가면 나머지가 다 쉽게 읽혀요.

실제로 마켓 분위기는 뜨거웠어요. AI 프로젝트가 전시장을 가득 채웠죠. 틱톡을 만든 중국 회사 바이트댄스는 자사 영상 생성 AI를 팔기 위해 칸에서 여러 번 상영을 진행했어요. 같은 중국 회사 쿠아이쇼우의 영상 생성 AI ’클링’도 마켓 메인 무대에서 장편 길이 AI 영상을 만들어 보였고요.

인포그래픽 - “본선 vs 필름 마켓” 좌우 대비 박스. 좌: 본선(공식 경쟁부문, 황금종려상 겨루는 자리) = 생성형 AI 작품 본선에서 배제(2026.4.9) / 우: 필름 마켓(영화 사고파는 장터)·부대행사 = AI 영화 대거 상영. 하단에 “화제의 AI 영화는 본선이 아닌 옆 장터에서 떴다” 한 줄


2주·약 7억·15명으로 만든 ‘Hell Grind’

화제의 중심은 ’Hell Grind(헬 그라인드)’라는 95분짜리 액션·판타지 장편이었어요. 세계 최초의 ’풀(full) AI 생성 장편’으로 홍보됐죠. 숫자만 보면 충격적이에요.

제작비는 약 50만 달러, 한화로 약 7억 원이에요. 제작 기간은 약 2주, 만든 사람은 약 15명이었고요. 그런데 제일 상징적인 건 이 부분이에요. 제작비 50만 달러 중 약 40만 달러가 사람 인건비가 아니라 AI 연산(compute) 비용, 그러니까 GPU 사용료였어요. 돈의 무게중심이 ’사람’에서 ’GPU’로 옮겨간 거죠.

📖 연산 비용(compute)이란? AI가 영상을 생성할 때 쓰는 GPU(고성능 그래픽 칩) 사용료예요. 사람이 며칠 작업하는 대신, GPU를 빌려 돌리는 비용이 제작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뜻이에요.

만든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I 스타트업 Higgsfield(힉스필드) AI예요. 사용한 핵심 도구는 바이트댄스가 만든 영상 생성 AI ’Seedance(시댄스) 2.0’과 회사 자체 도구였고요. 글로 시킨 장면을 영상으로 뽑아주는 AI라고 보면 돼요. 카자흐스탄 출신 감독·작가 두 명(아이토레 졸다스칼리, 아딜한 예르자노프)이 공동 연출했어요. 줄거리는 고아 출신 도둑들이 초능력을 얻고 일본어를 하는 악마와 싸우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이 영화도 칸 본선이 아니라 칸 시내에서 열린 AI 영화 서밋·마켓 부대 행사에서 상영됐어요(초청받은 사람만 보는 상영이었고요). Higgsfield CEO는 “비슷한 영화를 전통 방식으로 만들면 보통 약 5천만 달러가 든다”며 100배 절감을 주장했는데, 이건 만든 회사 측 주장이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워요.

인포그래픽 - “Hell Grind 숫자 카드”. 제작비 약 50만 달러(약 7억 원) / 그중 연산비 약 40만 달러 / 기간 약 2주 / 러닝타임 95분 / 팀 약 15명 / 모델 Seedance 2.0. 카드형, 네이비+그린


그런데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아직 멀었어요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해요. 비용과 속도는 충격적인데, 막상 영화로서의 평가는 냉정했거든요. 직접 본 평론가들의 반응이 그래요.

JoBlo 편집장 크리스 범브레이는 직접 보고 나서 “AI 생성 장편에 대해 보기 전보다 더 회의적이 됐다”고 했어요. 구체적인 지적도 매웠고요. 캐릭터가 사람 같지만 미묘하게 아니라는데, 특히 눈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했어요. 프레임이 계속 흔들려서 긴 게임 컷신 같고, 액션엔 무게감이 없고, 대사는 의도치 않게 웃기다는 평이었어요.

종합 평은 더 셌어요. “지루하고, 인간이 만든 가장 약한 영화에도 근접하지 못한다”는 거였거든요. Variety도 “줄거리는 말이 안 되지만 비주얼의 사실감은 충격적”이라며 양면으로 봤어요.

저는 이 대목이 제일 솔직한 평가라고 봐요. 영상이 진짜처럼 보이는 기술은 무섭게 빨라졌는데,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나 연기의 일관성은 아직 한참 모자라요. 비용·속도라는 한 면만 보고 “이제 영화는 끝났다”고 단정하기엔 일러요.

화면 느낌 - “사실감 ↑ vs 서사·연기 ↓” 대비. AI 영상의 사실적인 비주얼 한쪽, 어색한 표정·흔들리는 프레임 한쪽을 나란히 둔 개념 일러스트. 우하단 워터마크


한국 AI 단편 ’메신저’도 해외에서 5관왕

칸 얘기가 먼 나라 일처럼 들릴 수 있는데, 한국 쪽 소식도 같이 봐야 균형이 맞아요. 국내 광고회사 HSAD의 박동화 AI 디렉터가 만든 8분 5초짜리 SF 단편 ’메신저(Messenger)’가 해외 영화제 5곳에서 AI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거든요.

줄거리도 묵직해요. 2030년에서 온 메시지를 받은 과학자가, 자신이 개발한 AI 기반 소형 모듈 원자로(SMR)가 불러올 미래의 비극을 알고 윤리적 선택의 기로에 서는 이야기예요. 기획·생성·편집·음악·후반작업까지 전 과정을 생성형 AI로 만들었고, 약 2개월이 걸렸어요.

여기서 또 하나 짚을 게 있어요. ’메신저’가 받은 상 중에 ‘월드 필름 페스티벌 인 칸’, ’칸 AI Film Awards’가 있는데, 이건 칸 국제영화제(Festival de Cannes) 본선이 아니라 칸에서 열리는 별도의 AI 영화상이에요. 같은 ’칸’이라는 지명이 붙어서 헷갈리기 쉬운데, 공식 영화제 본선과는 다른 행사예요.

한국에도 AI 영화 생태계가 자리 잡는 중이에요. 서울국제AI영화제(SIAFF)는 한국 최초의 민간 AI 영상 특화 영화제로 강남에서 제4회까지 진행됐고, WAIFF Seoul 2026 같은 행사와 한국콘텐츠진흥원·지자체가 여는 생성형 AI 영상 공모전도 여럿 열리고 있어요. 칸은 멀어도, 비슷한 흐름이 한국에서도 이미 굴러가고 있는 거죠.

인포그래픽 - 한국 AI 영화 ‘메신저’ 카드. 제작 HSAD 박동화 AI디렉터 / 8분 5초 SF 단편 / 해외 5개 영화제 AI부문 최우수(5관왕) / “칸 국제영화제 본선 아님 — 별도 AI 영화상” 단서 강조


창작자들은 갈라졌어요 — “꺼져 AI”와 “또 하나의 도구”

이 사건이 산업·문화 사건인 이유는 사람들의 반응이 정확히 둘로 갈렸기 때문이에요. 한쪽엔 강한 반발이 있어요.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칸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Fuck AI(꺼져, AI)“라고 외쳤어요(2026년 5월 18일).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이걸 “올해 칸의 첫 정치적 선언”이라 평하면서, “우리는 각본가·배우·성우 등 AI로 생계가 위협받는 이들 편에 항상 설 것”이라고 했고요. 그런데 묘한 건, 같은 영화제에 메타가 공식 후원사로 들어와 있었고 마켓엔 중국 AI 부스가 즐비했다는 거예요. 반발과 후원이 한자리에서 공존한 거죠. 한국 연합뉴스 K-VIBE도 같은 장면을 두고, 진짜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규칙·저작권의 ’공백’이라고 짚었어요.

반대쪽엔 수용론이 있어요. 배우 데미 무어는 “AI에 맞서 싸우는 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했고, 피터 잭슨 감독은 “업계의 패닉은 근거 없다, AI는 또 하나의 시각효과 도구일 뿐”이라며 낙관했어요. 한쪽은 생계를, 한쪽은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본 거예요.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 저는 이 부분을 따라가면서 마음이 좀 복잡했어요. AI로 이것저것 직접 만들어보는 입장이라 기술의 속도엔 솔직히 신이 나거든요. 근데 동시에 성우·콘셉트 아티스트처럼 그 일로 먹고사는 분들 입장을 생각하면, “도구일 뿐”이라는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기도 하더라고요.

인포그래픽 - “현장의 두 목소리” 좌우 대비. 반발: 델 토로 “꺼져 AI” / 프레모 “창작자 편” / 저작권·규칙 공백 // 수용: 데미 무어 “질 수밖에 없는 싸움” / 피터 잭슨 “또 하나의 도구”. 균형 톤


일자리와 저작권 불안은 진짜예요

분위기 얘기만 하면 반쪽이에요. 숫자로도 불안이 잡히거든요. 미국 엔터 업계를 조사한 한 보고서(CVL Economics, ‘Future Unscripted’)는 향후 3년 안에 약 20만 4천 개 일자리가 AI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어요.

다만 이 수치는 조건을 따져서 봐야 해요. 미국 기준이고, 2023년 11~12월에 업계 리더 300명을 조사한 추정치예요. 지금 시점에선 다소 과거 데이터라는 점, 그리고 한국 수치가 아니라는 점을 같이 기억하면 좋겠어요. 한국에 그대로 대입할 숫자는 아니지만, 영상·후반작업 쪽에서 비슷한 긴장이 생길 수 있다는 신호로는 충분해요. 위험군 1순위로 성우·음향·콘셉트 아티스트·신입·후반작업 직군이 꼽혔거든요.

저작권도 진짜 쟁점이에요. 미국에선 순수하게 AI로 생성한 각본·영상은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려워요. 사람의 저작자성이 빠져 있다는 이유예요. 그래서 스튜디오들은 라이선스를 받은 데이터로만 학습한 자체 모델로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 노조가 2023년 파업에서 AI 규제를 핵심으로 다뤘고, 2026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또 한 번 갈등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요.

인포그래픽 - “혁신 ↔ 불안” 대조표. (혁신) 진입장벽↓·제작 속도·창작 민주화 // (불안) 일자리 약 20.4만 영향 추정(미국·추정)·AI 생성물 저작권 보호 어려움·품질 미완성. 좌우 대비형


이쯤에서 한 가지만 분리해 둘게요. 예전에 AI 음악 도구나 AI 홍보영상 만드는 법을 다룬 적이 있는데, 그건 ’도구를 어떻게 쓰나’에 대한 글이었어요. 오늘 글은 그 결이 아니라, AI가 영화 산업이라는 판 자체를 어떻게 흔드는가에 대한 이야기예요.


깅글렛 한줄평

💬 비용과 속도는 이미 판을 흔들기 시작했지만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아직 멀었어요. “AI가 영화를 다 만든다”도, “별것 아니다”도 아직은 일러요 — 지금은 이 변화가 누구의 일과 권리에 닿는지 같이 지켜볼 때예요.


마무리

오늘은 칸을 흔든 AI 영화를 비용·품질·일자리·저작권까지 한 번에 풀어봤어요.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보는 게 이 주제에선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세요? AI가 만든 영화, 한 번쯤 직접 볼 의향이 있으신가요.


※ 본 글은 2026년 6월 기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어요. 행사·평가·수치는 추후 달라질 수 있어요.